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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우리는 읽기 쉬운 존재일까?

안녕 누구씨 

오늘 제가 올린 사진은 어땠나요?

저는 요즘 토마토를 기르고 토마토가 죽어가서 슬펐어요. 십 년 동안 단발이었던 머리는 미용실이 다 문을 닫아서 어깨를 넘었어요.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만두머리를 하지 않으면 목 뒤가 더운 길이가 되었어요. 탈 줄 모르던 자전거도 배웠어요. 아직 출발이 서투르지만 힘차게 발을 여러 번 굴리다 보면 운동장 한 바퀴는 돌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소식을 알리고 싶어서 오랜만에 사진을 올렸답니다. 

 

 


 

 

라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다. 내가 좋아하는 물 빠진 듯한 색으로 사진도 보정했다.

사진을 올리고 그날 밤에는 기분이 이상했다. 누가 나의 사진을 라이크 하고 댓글을 남겼을 까 궁금해서.

프라이빗 계정인 내 인스타그램을 보는 누구 씨는 결국 정해져 있고

나는 그 사람들 중에 누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자꾸만 눈이 갔다.

 

몇 개월 만에 올린 내 사진을 누가 궁금해하고 좋아해 줄까? 

 

그런 밤에 넷플릭스에서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가 추천 창에 뜬 것은 우연이지만 재생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다큐가 시작되고 아마 sns가 얼마나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우울하게 만드는지 논리 정연하게 늘어놓겠지 하고 생각했다.

물론, 심리적 우울과 중독에 대한 내용은 기저에 깔려있었고 나의 흥미를 이끈 것은 다른 내용이었다. 

 

내가 제일 자주 찾고 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은 아마 내 친구보다 내가 무슨 옷을 사고 싶어 하고 어떤 그림을 좋아하고 어떤 취향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내가 무엇을 클릭하고 무슨 포스트와 광고에서 오래 머무는지, 어떤 사람의 스토리는 항상 체크하고 라이크를 누르는지, 나도 트랙킹 하지 못하는 나의 행동들을 인스타그램의 보이지 않는 인스타그램에서 하나하나 기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은 내가 좋아할만한 것들을 다시 여러 번, 내일도 모레도 피드에 올릴 것이다. 

 

왜냐하면 인스타그램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진을 올리느냐보다 내가 어떤 광고를 보고 그 광고를 한 번 더 보고 '광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할만한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들 고양이 강아지들만 있는 유토피아 같은 인스타그램은 사실, 하나의 큰 시장이다. 내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나의 눈에 들고 더 집요하게 나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게 만들 수 있는. 

 

광고와 소비자의 입장을 벗어나 한 사회를 흔들 수 있는 정치, 선동, 종교의 영역으로 나가면 어떻게 되는 걸까? 다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만약 파란색의 지지자라면 유튜브는 나에게 파란색 영상만을 계속 보여줄 것이다. 파란색만 보는 나는 그 파란색이 내가 아는 파란색인지 틀린 파란색인지 파란색이라고 하니 파란색만 믿게 되며, 나와 다른 색들에 대한 이해도는 낮아지고 알아보지 못하며 결국에 공감을 하지 못해 골이 깊어지게 된다. 누구나 공감받고 이해받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더더욱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 누가 우리를 교육시키는 것도 아니고 sns의 클릭으로 받아들여진 정보들은 익명의 개개인에게 영향을 끼쳐 결국에 큰 사회의 움직임을 만들어버린다. 인간의 생각과 이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움직임과 파동이 과연 100프로 옳은 방향일까? 

 

우리는 sns에게 매우 읽기 쉬운 존재이다. 내가 백날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내 친구도,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까만 눈을 열심히 쳐다봐도 알 수 없는 나의 남자 친구도 sns는 쉽게 읽고 쉽게 이해하며 내가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이익이 될 정보들을 자꾸 가져다준다. 내가 바이크 쇼츠 광고를 보고 백개의 바이크 쇼츠를 구입해서 돈이 없어져도, 인스타그램은 잘못이 없다. 누가 내 사진의 라이크를 하는지 댓글을 남기는지가 내 기분을 좌지우지해도, 조작된 가짜 뉴스의 피드를 따라 내 머릿속에 잘못된 정보만 가득해도 인스타그램은 그 결과에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사람이 만들어놓은 알고리듬에 따라 광고주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sns는 사회를 더 좋게 변화시키거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수는 없는 걸까? 다큐는 정확한 해답을 내려주진 않았다. 1) sns를 주무르고 있는 큰 테크 회사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한 개인을 판매하는 상품으로 대하지 않고 인간적이며 사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거나 2) 우리가 sns를 사용하지 않거나 3)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sns를 계속 사용하는 개인이 스스로 검토하고 확인하며 체크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죽어가는 토마토에게 뭘 주고 만두머리를 어떻게 해야 더 동그란 왕만두처럼 만들 수 있는지 귀여운 생활정보들을 유튜브에서 알려주는 동안에 과연 나는 어떤 정보를 여과지 없이 받아들이고 생각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일단 인스타그램을 지워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