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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예술가로 산다는 것. 23살 나의 꿈이었고, 사실 노력 없는 현재 진행형이다. 나의 노력은 요즘에 다른 곳에 쓰이고 있으므로, 예술가라는 꿈은 마음속에 조용히 자리만 잡고 있다. 처음 미술로 대학원을 갔을 때, 세상에 자기가 말하고 싶은 세계가 뚜렷하고 넓은 사람들이 참 많았다. 나는 당장 무엇이 하고 싶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도 못하는데. 꾸역꾸역 창문에 구름 지나가는 모습에 슬퍼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만두고 싶어서 다른 길도 알아보았다. 그만두면 실패를 하는 것 같아 무서웠다. 그만두기 전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많은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크기에 대한 두려움과 짐에 대한 귀찮음이 있는 나는 설치작업은 영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컴퓨터로 하는 디지털 작업이 그 때 나에게 꼭 맞았다. 나의 작업의 주제는 언제나 나를 향해 있었는데, 나에서 밖으로 확장시키는 방법을 덜 고민하다가 졸업했다. 풀어지지 못한 고민은 그저 가만히 있다.
오랜만에 건너 아는 친구의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클릭했다. 자신의 작업과정을 올린 페이지를 정독 했다. 작업도 흥미롭지만 항상 이 작업이 어떻게 어디서 그 사람에게서 나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항상 더 비밀스럽고 흥미롭다. 그 중 나의 눈에 든 것은 그 친구의 노트였다. 노트에는 그 친구의 작업 주제에 관련된 생각들이 펼쳐져 있었다. 부러웠다. 내가 꾹꾹 눌러담고 있던 것 중 하나는 가끔 영문을 알 수 없는 하찮아 보이는 생각들이다.
하찮다는 말은 너무하다. 남들이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을 왜 하니? 라는 생각들이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닫아 놓고 다른 빛나 보이는 질문에 집중한다. 내가 오늘도 밥을 먹고 하루를 살 수 있는 질문들. 친구는 내가 닫아 놓은 종류의 질문과 생각들에 진지하게 답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그 생각의 원형을 찾고, 대답을 연구하며 작업으로 그 과정과 대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 무서워서 피하고 있었던 걸까?